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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앤디워홀’로 불리는 아시아 팝아트의 선구자 케이이치 타나아미(Keiichi Tanaami)의 국내 첫 대규모 특별전이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케이이치 타나아미는 장르나 전통적인 규칙에 구속되지 않고 독창적인 작업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해온 작가로 아시아의 팝 아트를 이끌었으며, 스스로를 ‘이미지 디렉터’라 칭하면서 고급과 저급,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독창적인 길을 개척해왔다.
1936년생 도쿄에서 출생한 작가는 무사시노 미술대학 그래픽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몽키즈(The Monkees) 등의 뮤지션들의 앨범 표지를 디자인했고, 아방 가르드(AVANT-GARDE) 잡지가 주최한 반전(anti-war) 포스터 대회에서 키치하고 화려한 스타일의 작품
아트 디렉터, 실험영화 및 애니메이션 작가, 그래픽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온 작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업을 펼쳤으며 이는 훗날 무라카미 다카시(b.1962), 요시토모 나라(b.1959)로 이어지는 슈퍼플랫(Superflat) 미술 운동의 전신이 됐다.
유년시절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중년 시절 결핵을 앓으면서 경험했던 환각, 환영 등의 감정과 트라우마를 화려한 색채와 형태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로 표현해낸 작가는 전 생애에 걸쳐 전후 문화, 대중매체, 기억과 꿈, 죽음과 낙원 등을 표현하며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는 케이이치 타나아미의 활동 초기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올해까지 선보여온 독보적이고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총망라한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직접 개발한 방법과 기술로 완성한 그림, 콜라주, 조각, 애니메이션, 영상, 설치물을 비롯해 아디다스, 베어브릭, 유니클로, 마텔, 요지 야마모토 등의 국제적인 브랜드들과 협업해 제작된 작품까지 작가가 일생에 걸쳐 제작해 온 작품들이 전시된다. 전시되는 작품은 무려 700여 점으로, 이번 전시의 규모는 대림미술관 개관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전시에서는 미국 만화와 팝 아트에서 영향을 받은 실크 스크린 〈노 모어 워 NO MORE WAR〉(1967-2024) 시리즈,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 가미된 〈굿-바이 마릴린 Good-by Marilyn〉(1971), 어린 시절 경험한 기억을 모티브로 제작한 〈죽음과 재생의 드라마 The Story of Death and Rebirth〉(2019), 팬데믹 기간 꾸준히 제작한 〈피카소 모자상의 즐거움 Pleasure of Picasso - Mother and Child〉(2020-2024) 시리즈, 기괴한 모양의 생물을 혼합해 생명력 넘치는 조각상을 묘사한 〈기상천외한 몸 Inconceivable Body〉(2019) 등 작가 생애 60여 년의 주요 작품들이 전시된다.
전시는 총 5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간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INTO TANAAMI’S WORLD’다. 세속과 신성함을 잇는 다리를 형상화한 압도적 크기의 〈백 개의 다리 A Hundred Bridges〉(2024)와 같은 제목의 병풍 콜라주 작업은 꿈과 현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흐린다.
2층 공간 ‘IMAGE DIRECTOR’는 서양의 대중문화와 팝아트의 영향을 받아 순수예술과 상업 예술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친 작가의 포스터와 콜라주 작품 등을 선보이고, 3층 공간 ‘CREATIVE ILLNESS’에서는 작가가 어린 시절에 경험한 전쟁이나 생사를 가르는 병마의 경험을 계기로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환각 등 심리적 불안 등을 창의적 원동력으로 삼아 제작한 조각, 회화 작품들과 함께, 창작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빼곡히 전시된다.
4층 ‘TANAAMI’S UNIVERSE’에서는 조각, 영상, 실크스크린 등 케이이치 타나아미 스타일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대림미술관 본 전시관 외에 미술관 옆집에서도 진행된다. 미술관 옆집 2층 공간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공간 ‘TANAAMI’S CABINET’에서는 다양한 브랜드 및 유수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한 작품과 오브제가 전시되며, 실험 영화, 애니메이션, 도서 등 다양한 매체를 끊임없이 탐구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존재가 곧 장르’라 불리는 케이이치 타나아미의 60여 년 창작 여정의 전체를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2월 14일 토요일부터 2025년 6월 29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성인 15,000원이며, 월요일은 휴무다.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대림미술관